[김선진의 바이오 인사이트1]신약 기술 수출, K바이오 부상의 출발점

intro


국내 증시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64조원)을 모았던 회사는 지난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입니다. 증시에서 바이오에 대한 관심의 열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국내 임상이행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이 바이오 투자자들에게 지침이 될 만한 내용을 전달합니다. 임상이행연구란, 다른 회사의 신약후보물질을 위탁받아 개발 과정 컨설팅과 맞춤형 임상시험 계획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 회장은 ‘네이처’가 세계 1위 암병원으로 꼽는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19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1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가 설계한 임상을 거쳐 탄생한 항암 신약만 해도 12종에 이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졌다.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주요 변수인 투자심리는 물론 다양한 산업의 실적과 기대가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반영되는 곳이다. 이 위기상황에서도 등락은 있지만, 주식시장은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달아오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바이오는 투자의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표 종목이다. 주가를 요동치게 만드는 변수가 그 어느 종목보다도 많이 있고 주가가 반응하는 민감도도 훨씬 높다. 그런데 회사의 주가가 왜 올라가는지 혹은 내려가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투자의 성공과 실패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회사에서 공시하는 내용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나 결정을 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회사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투자가 아닌 요행수나 작전 세력에 기대는 도박이나 투기와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잣대, 무엇을 기준으로 바이오산업을 평가하고 가치를 가름하고 기대치를 맞추고 예측을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K바이오의 성장 메커니즘을 우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어 투자할 때 자칫 현혹되기 쉬운 용어 개념 및 업종의 특성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혁신 신약 기술 수출


K바이오의 한 축을 이끄는 신약 개발 열기가 뜨겁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K바이오의 중심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단과 방역, 그리고 백신 및 바이러스 치료제의 개발로 잠시 옮겨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K바이오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수년 전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신약 기술 수출계약 소식이었다.


이전에도 해외 제약사와의 수출계약이 있었지만, 독보적인 기술이나 효능을 바탕으로 한 혁신 신약보다는 기술 이전을 받아 생산하는 위탁생산이나 일부 개량신약의 납품 정도에 해당하는 계약이었다. 또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해외 제약사들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동원해 이윤이 낮고 생산 난도가 낮은 품목의 생산을 기술 이전하고 외주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경량화하는 경영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생산원가를 바탕으로 한 우월한 가격 경쟁력도 한몫했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용역이 아니었다. 글로벌 수준의 약품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정을 이해하며 무엇보다도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할 수 있게 된 좋은 기회였다. 개발의 토대는 그렇게 형성됐다. 이와 함께 중화학공업 중흥을 목표로 한 강력한 경제개발 계획의 성과로 국가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되면서 산업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R&D) 여력과 열망이 생겨났다. 위탁이나 따라 하기 생산이 아닌 고유의 기술, 선도적인 신약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다수의 국내 제약사에서 연구소를 만들고, 해외와 국내에서 양성된 고급 연구 인력이 합류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연구 수준은 이미 개발된 기술을 개선하거나 물질의 물성을 개량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과 물질을 개발하는 수준으로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 결과가 해외 학회나 논문에 발표돼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때마침 새로운 개념의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한 해외 제약사의 신약 개발전략과 맞아떨어져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안동L하우스에서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신약 개발 바이오의 바람이 불다(風)

기술 수출은 바이오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과학자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겼고, 동시에 신약 개발에 따라오는 금전적인 보상의 달콤함을 확인시켰다. 신약 개발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면서 수많은 의·생명 과학자들이 신약 개발이라는 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질병의 기전을 밝히고 이를 제어하는 물질의 발굴부터 상용화까지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주체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학계, 소규모의 바이오 회사들은 이론의 수립, 물질의 발굴과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시험까지 과정을 담당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임상시험의 완성은, 글로벌 제약사가 끌고 나가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개념이 도입됐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입장에서도 회사의 전략에 맞는 물질을 선택하고 역량을 임상 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 이러한 방식은 바이오 업계의 생태 피라미드로 빠르게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과정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가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과 라이선스 인(License In)이다. 라이선스 아웃은 기업이 보유한 기술, 물질, 제품,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을 타사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라이선스 인은 글로벌 대형 제약 회사가 가진 경쟁력 있는 기술에 대한 권리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화려하게 기술 수출되었던 물질들이 잇따라 반환되면서 바이오 업계는 그 고통을 그대로 받아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의 하락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곤 했다. 당초 홍보되었던 기술 수출액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에게 학습효과를 일으켰다. 홍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기술 수출 숫자가 계약금뿐 아니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수입료), 심지어 피크세일(최고점)에 이르렀을 때의 판매액에 따른 로열티 등까지 포함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홍보할 때 발표되었던 액수의 수십분의 일 정도만 실제 수령되었음이 알려지는 등 기술 수출의 실상과 허상을 모두 학습하게 됐다. 바이오 신약 기술 수출 공시를 볼 때 전체 숫자보다 실제 수령액이 얼마가 될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필요해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기술 수출되는 물질의 상용화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험실이나 전임상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보다 완성도가 높고 물질의 신뢰도가 높은 실험을 하는 계기가 됐다.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기사원문보기]

조회 22회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