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진의 바이오 인사이트4] 임상시험 승인과 신약 효능 인정은 별개…혼동 안 돼

상장회사의 가치는 주식의 가격으로 가늠된다.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회사의 주가를 올리고 유지하기 위하여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업적과 성과, 프로젝트의 진행 상태, 미래의 계획과 비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알리려고 노력을 한다. 그중에서도 주가에 가장 크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임상시험의 승인 소식을 발표하는 것이다.

임상시험승인(‘Investigational New Drug(IND)’ Application)이란 아직 임상에서 환자에게 처방과 투약의 승인이 나지 않은 시험적 약의 상용화를 위해 허가를 얻기 위한 임상시험 신청에 대한 승인이 이뤄진 것이다. 신약이나 용법의 사용을 허가하는 생물의약품의 허가 신청이나 합성의약품의 허가 신청과 그에 대한 허가나 승인과는 전혀 다른 과정이다. 임상시험의 허가와 신약의 사용 허가를 혼동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임상시험 승인 소식이 발표되면 주가는 여지없이 큰 폭으로 오른다.

임상시험의 승인은 각국의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담당하고 규제하는 기관이 전담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미국의 식품의약국 (USFDA·United State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유럽의약품청 (EMA·European Medicines Agency)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임상시험의 승인을 위해서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정보는 무엇이 있을까?

약의 독성, 약의 생산 그리고 임상시험을 하는 주체, 즉 의사에 대한 정보다. 규제 기관들의 주요 임무는 임상시험의 대상이 되는 환자들이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게 된다. 임상시험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약의 인체에 대한 독성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약이 생산된 시설 기준과 공정, 분석 그리고 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와 임상시험을 수행할 의료진들의 자격과 이력에 대한 자료가 그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신약의 효능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효능에 대한 데이터는 임상디자인을 이해시키고 임상시험 기관의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통과시키기 위한 부가적인 첨부 자료로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임상시험의 승인은 물질이나 용법의 효능과는 상관이 없으며 임상시험의 승인과 신약의 효능을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일인 것이다.

임상시험이 종료된 후 각 국가의 규제기관은 기준에 따라 심사하여 허가 또는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물질이나 용법의 효능에 대한 결과는 오롯이 물질이나 용법의 주인인 스폰서의 몫인 것이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임상시험 승인 소식이 발표되면 주가는 여지없이 큰 폭으로 오른다.

시장 수요도 살펴봐야

그렇다면 약물이나 용법의 허가가 아닌 임상시험 승인 소식에 주가의 큰 상승으로 답하는 투자 시장의 반응은 적절한 것인가? 우선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자. 신약을 개발해서 승인을 받아 부와 명예를 얻고 싶다면, 아무리 좋은 물질이나 용법이 머릿속이나 손에 있어도 실제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다면 복권을 사지도 않고 복권의 당첨을 비는 것과 다름없다.

즉 물질이나 용법이 임상시험에 진입했다는 것은 중요한 마일스톤이고 회사 가치를 올리는 의미 있고 유의미한 진척을 보여준다. 전임상 단계를 지나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을 만큼 개발하는 물질의 완성도가 올라갔다는 의미이며, 또한 회사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습득하고 쌓게 될 여러 가지 경험과 지식 또한 미래의 성공 가능성과 회사 가치를 증대시키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약물의 사용 허가 획득이라는 최종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선다는 객관적인 지표다.

반면에 임상시험이 개시되면 회사에는 소요되는 시험비를 충당하기 위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고 기대에 맞는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에 필요한 위기관리를 위한 계획의 마련과 대체 가능한 물질의 확보나 새로 보강된 임상시험 계획의 마련 등 부정적인 요소가 생기게 된다. 실패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임상시험의 실패는 회사에 극복하기 쉽지 않은 큰 폭의 주가 하락과 같은 위기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하나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최종 임상시험의 완료와 물질이나 용법에 대한 허가 신청과 획득 전에 물질의 기술 수출을 시도하는데, 임상시험이 진행되거나 종료되는 시점에서 기술 수출의 성사나 혹은 이를 위한 의미 있는 시장의 반응이 없을 때는 일반적으로 더 큰 부담이 있는 다음 단계의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이는 회사에는 더 큰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돌아오는 일종의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한다.

그러므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물질이나 용법을 개발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투자 실패의 가능성을 낮추거나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신청의 근거가 되는 전임상 자료를 점검하여 임상적 유효성, 임상이행 가능성 그리고 가능하면 승인 후 상용화 가능성과 시장 가치를 잘 분석하여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새롭고 우수한 약이 승인되어도 약가 등의 문제로 판매가 되지 않거나 시장의 수요가 적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는 문제다.

임상시험이 실행되는 국가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 될까? 사실 아직 미국 FDA의 신약이나 용법의 임상시험에 필요한 여러 기준이나 행정적인 규제와 감독 규정이 많은 나라의 표준으로 인용되고 있다. 또한 임상시험에 진입하기 위해 통과하고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조건이나 요구되는 내용이 다른 국가에 비하여 까다롭고 임상시험 비용도 매우 많이 드나 그 대신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진입한 물질이나 용법에 대한 가치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게 인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물질이나 용법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국가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인종, 성별, 나이 등의 임상시험에 필요한 대상 환자군들의 충족 요건을 이유로 국가가 선택되고 결정되는 경우도 있고 물질이나 용법의 특성상 특정 국가의 임상시험 환경이 우호적이고 용이한 것도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국가에서는 자국민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전제하에 과학 정책상 자국에서 수행되는 임상시험에 대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고 임상시험 진입의 문턱을 낮추어 주는 경우도 있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환자들의 다양성과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다국적 임상이 계획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에 따라 임상시험 수행 서비스와 도출 결과의 수준과 신뢰도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임상시험이 수행되는 국가와 의료 기관을 확인하는 것도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투자의 위험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임상시험의 승인은 회사에는 희망과 걱정을 함께 안겨주는 일종의 ‘사건’이다. 부디 모든 회사와 투자자들이 ‘성공’이라는 공통적인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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