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진의 바이오 인사이트9] 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투자자가 냉정히 따져야 할 것들


바이오업체 기술수출 소식을 들은 투자자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기술수출’ 혹은 ‘기술이전(licensing Out)’이라는 단어는 ‘신약승인’만큼 뉴스에 자주 나와 바이오 산업계를 뜨겁게 달구곤 한다. 특히 계약 소식만큼 대중이 궁금해하는 계약 액수, 즉 계약 규모는 늘 턱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조 단위를 넘나든다. 일종의 보장된 대박이 눈앞에 펼쳐지는 업계를 뒤흔드는 하나의 사건이다. 상장사의 경우 주가가 하늘을 찌를 듯 상승하고, 비상장사의 경우 상장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언덕을 하나 넘은 것으로 인정받는다. 투자자의 이목도 집중된다.

기술수출의 일반적인 정의는 신약 개발에 있어 임상 개발이 완료되고 승인을 획득하기 전 여러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권리를 다른 개발자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물질을 가져가는 주체는 직접 추가 전임상시험이나 임상시험을 시행하며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나 제약사일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제한된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또 다른 개발 주체나 외부 전문 인력에 의존하여 신약을 개발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개발 중심)’를 표방하는 회사일 수 있다.

물질의 임상시험이나 최종 성공과 승인을 목적으로 하는 NRDO 회사와 달리, 자체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바이오 회사나 제약사의 경우에는 ‘기술수입(licensing in)’을 하는 이유가 다양하다. 성공적인 임상시험을 통한 물질의 최종 승인과 상용화뿐 아니라 회사의 포트폴리오 완성도 올리기, 자체 파이프라인에 있는 유사한 물질과 비교를 통한 앞으로의 개발 전략 세우기, 개발 중이거나 승인된 물질과의 병용 용법 개발 등이 있다. 더 나아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질의 독보적인 개발을 위해, 미래 소모적인 개발 경쟁을 피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기술수출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질까. 물질이 세상에 알려지는 방법은 보통 학회나 논문 등 학술적인 발표가 가장 흔하다. 새로운 가설을 세우거나 증명하는 발표는 해당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의 발굴이나 개발을 촉진하고, 이미 특허화된 물질의 상용화를 위한 개발 경쟁도 촉발한다. 해당 물질의 권리를 가진 개인이나 회사가 존재한다면 이 물질은 더 큰 개발 능력을 갖춘 회사에 기술수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여전히 여러 형태의 바이오 관련 학술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이는 개발 중인 물질을 세상에 알리는 좋은 기회다.

또 하나의 경로는 기업과 기업이 직접 접촉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목적으로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술수출과 달리 서로가 위험 부담을 나눠 각자의 개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계약을 하며, 이는 넓은 의미의 기술수출이다.

기술수출 물질이 선정되면, 그 물질에 대한 실사가 이루어진다. 물질을 이용해 도출된 데이터를 검증하고 물질의 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이며, 계약 조건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전문가에 의해 데이터의 진위, 장단점 등이 검증된다. 이 과정은 물질의 제조 과정뿐 아니라 연구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실의 연구 노트까지 직접 전문가가 검토할 정도로 엄격하게 진행된다. 현재 알려진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질로 도출된 데이터와 비교해 개발 시장에서의 추후 경쟁력과 생존력을 유추하고, 상업적인 가치를 산출해 물질의 최종 잠재 가치, 즉 몸값을 정한다.

이렇게 정교한 과정을 거쳐 기술수출되는 물질을 통해 개인이나 기업은 큰돈을 번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술수출 계약이 여러 단계로 돈을 수령할 수 있는 조건을 건다.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받는 계약금(선급금·up-front)과 물질의 개발 단계에 따라 각 단계가 완료되고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일종의 목표인 이정표(milestone)를 달성할 때마다 받는 성과급, 임상시험 완료 후 승인 신청과 최종 승인 시에 받는 성공보수, 그리고 그 이후 약품의 판매에 따르는 수수료(royalty) 등 다양한 형태로 돈을 받게 된다.

과거에는 기술수출의 계약 규모가 발표될 때 계약금, 모든 목표 달성 성과급, 성공보수 및 수수료, 약품의 판매가 최고로 올라갔을 때 수령하는 수수료를 모두 포함한 높은 액수를 보고 많은 투자자가 몰려 해당 기업 주가가 끝을 모르게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질이 반환됐을 때 밝혀지는 실제 수령액이 기대치에 못 미치자 기술수출 소식이 밀어 올린 주가가 하락하고, 큰 손실을 본 주식 투자자들의 원성과 소송이 이어져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는 계약 내용에서 거품을 빼고, 실제 수령될 수 있는 계약 당시에 받는 액수를 발표하고 계약의 상세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기술수출 발표 시, 계약 조건과 단계별 수령액 등 고려해야

그렇다면 기술수출 소식을 들은 투자자는 그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고 투자해야 할까. 우선 바이오 기업의 입장에서 기술수출은 엄청난 성과임이 명백하다. 그 규모가 얼마인지, 최종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떠나서 기업의 연구개발 능력과 역량을 세상에 알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쾌거다.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목표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반환되는 위험 부담도 신약 개발의 특성상 충분히 예견된다.

기술수출 후 회사의 책임감이 없어진다는 인식에 대한 오해를 풀 필요성도 있다. 기술수출의 조건에는 기술수출을 하는 회사가 그 물질에 대한 지속적인 확장 개발을 하는 것에 제한을 두는 내용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물질이 반환되기 전까지는 계약 조건에 포함된 개발 제한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맞다.

단, 계약 조건은 자세히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계약서를 직접 들여다볼 순 없으니, 발표되는 내용에 의존해야 하지만 선급금의 액수가 지나치게 작거나 경쟁 약물이 있고 시장의 크기가 한정돼 있는데 의아할 정도로 큰 계약 규모가 발표된다면 냉정하게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무조건 계약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주식이나 기타 현물로 계약금을 대신 받는 건 물질을 가져가는 주체의 재원이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돼 물질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하향시킬 수 있다. 동시에 신뢰도가 높지 않은 물질에 대한 위험 부담을 기술수출업체와 수입업체가 나누는 방식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물질의 높은 가치와 회사의 확고한 개발 의지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 (기술을 사들인) 회사의 지분을 상호 공동 소유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일 수도 있다. 기술수출과 그 후 임상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비를 일부 부담하는 게 효율적인 개발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특수관계인 회사 간 기술수출도 차분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해야 한다. 혹시라도 주가를 부양하거나 상장을 목표로 기술수출을 하고 그 이면에 다른 계약이 있다면 이는 옳지 않은 계약이다.

거품을 제거한 계약 규모나 파급 효과를 담고, 동시에 목표 달성 가능성이 큰 내용의 기술수출 소식을 전하는 바이오 기업과 인내심을 갖고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기업가치에 투자하는 성숙한 투자자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바이오 산업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김선진


<기사원문보기>

조회수 16회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