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리더 2019]①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 “임상이행연구요? 신약개발의 '화룡점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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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김태환 기자

입력 2019.03.04 06:00


질병 예측과 예방, 건강하게 오래 사는 꿈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다.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은 피 한 방울로 질병을 확인하고 암과 같은 불치의 영역에 도전하는 세계적 선두주자로 도약했다. 2019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제네릭 의약품에서 바이오시밀러를 거쳐, 혁신신약 개발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서있다.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른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을 만나보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아주 조금 부족한 데이터 때문에 다음 임상 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상시험 중 디자인을 바꾸면 성공할 기회가 충분히 남아 있는데 말이죠. 빅파마와의 기술 수출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적합하지 않은 임상데이터는 신약물질의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게 합니다."

김선진(사진) 플랫바이오 회장은 신약개발에 부족한 2%를 채워주는 임상이행연구 전문가다. 그는 신약후보물질이 성공적인 상업화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는 ‘쪽집게’ 박사로 통한다.

그가 국내 제약업계에서 쪽집게 임상 연구자로 알려진 것은 10여년 전 국제협력과제로 진행된 국내 제약회사의 미국 임상진입을 성공시킨 후 부터다. 당시 국내 A 제약회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상 임상계획을 제출했으나 2번 연속 거절 당한 처지였다.

미국 임상시험 경험이 부족했던 A사는 FDA의 요구 수준을 맞추려면 200만달러(약 22억원)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10년 전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회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 1개 제품의 1상 연구에 수십억원을 더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회장은 미국 엠디앤더슨 교수로 재직하면서 쌓은 임상시험 진행 경험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해당 물질의 특성에 맞는 임상시험 데이터, 방법 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의 협력으로 A사는 추가 비용을 3000만원으로 줄이고 자체 연구인력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었다. FDA는 3번만에 A사의 미국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했다.

김 회장은 "이처럼 신약 개발은 시설이 크거나 인력이 많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어떻게 그리냐가 중요하다"라며 "안에서 아무리 고쳐 보려해도 경험이 없으면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설립한 플랫바이오는 국내에 아직 생소한 임상이행연구를 기반으로 설립된 바이오벤처다. 임상이행연구는 다른 회사의 신약후보물질을 위탁받아 개발 과정 컨설팅과 맞춤형 임상시험 계획을 제공한다.

김 회장은 "임상이행연구는 이미 세계적으로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잡았다"라며 "잘못된 임상 설계로 인해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도 제 가치에 맞게 다시 개발하면 지금까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상이행연구가 연구개발 과정의 효율을 높여준다고 자부한다. 순수 과학연구를 ‘정도(正道)’라고 봤을때 임상이행연구는 올바른 길을 선택해 연구개발의 실행착오를 줄이는 ‘응용(應用)’의 길이다.

특히 임상이행연구의 기능 중 신약후보물질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은 이미 임상시험에 진입해서 실패한 물질, 시장에 진입했으나 가치 증대를 위해 새로운 적응증이나 용법을 찾는 물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다.

현재 플랫바이오는 이러한 임상이행연구의 일환으로 3종의 항암물질과 근·혈관계 질환 치료물질, 신경계 질환 치료물질 등 5~6개의 물질을 협력사로부터 위탁받아 연구 중이다. 또 자체 확보 파이프라인으로 2종의 췌장암 치료물질과 난소암 표적치료물질이 있으며 진단키트 개발용 단백질도 있다.

김 회장은 "신약 개발은 하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직과 기능이 함께 어울려야 하는 오케스트라와 같다"며 "임상이행연구를 통하면 효율적인 개발은 물론 위탁받은 물질간 병용 요법 개발도 가능해 국내 신약개발 역사에 새로운 기회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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